경계에 대한 잡생각 #4 – 대기공간과 행복의 기술

경계에 대한 잡생각 #4 – 대기공간과 행복의 기술

Cet espace entre-temps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이 넘게 앉아있는것만큼 힘든일이 없다. 어떤 장소에서 다른장소로 이동하는 일은 어떤수단을 이용하든 일련의 절차를 거쳐서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소비해야하는 하나의 시스템과도 같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미리도착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 대략 1시간반정도, 비행기는 바로 눈앞에 있고 우리는 커다란 유리를 통해 다음공간을 상상하며 오랜 기다림을 달랜다. 이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기다림의 시간과 공간은 우리를 피곤하게 할지도 모른다. 아주 짧은 시간후의 미래를 상상하는것은 인간이 가진 오랜 특권과도 같은것이 아닐까? 조금있으면 나도 저 비행기안에 앉아있겠지라는 상상을 하며 지루한기다림을 견뎌낸다.

이제는 반대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기전부터 기장의 안내메시지는 우릴 긴장하게만들고 비행기의 바퀴가 지면을 밟고 활주로를 주행하는동안 우린 다시 어느정도의 안도감을 가지며 12시간의 이동시간을 보상해주듯 또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준다. 비행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전방의 작은 화면을 통해 활주로를 벗어나 게이트를 찾아가는 비행기의 모습을 모두가 바라보며 다시 다음 과정을 상상하게 된다.

우리는 어쩌면 오랜시간 이런 근미래를 상상하도록 단련되어져왔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시간이며 공간이고 하나의 이미지화되어왔는지도 모른다. 어린아이를 상상해보자. 어린아이들은 근미래에 어떤일이 있을지 상상하기보다는 바로 그순간에 일어나는일에 관심을 가진다. 내가 관심있는 어느 물건 동물 등이 눈앞에 있으면 불안해하지않는다. 하지만 어른들의 행태는 어린아이들과는 큰차이가 있어서 모임이나 약속에 늦지않으려고 불안해하고 그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어린아이들이 소중히하는 매순간의 일들을 무참히 건너뛰어 하나의 목적지를 위해달려나가기 일쑤이다. 어른들의 근미래를 상상하는 구간은 아이들의 그것과는 스케일이 들어맞지않는다. 벌써 내일 다음주 다음달 내년의 일들을 계획하고 그것을 이루기위해 온정신을 집중하기마련이다. 시간을 잊는것은 어찌보면 행복의 기술인지 모르겠다. 이미 어떤 일을 계획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순간 그시작과 함께 괴로움은 시작된다. 어른들이 어린아이들과 다르게 괴로움을 느끼는것은 바로 계획을하고 지키며 살아야하는것이 대부분일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비행기좌석에 벨트를 매고 벨트해제 신호를 기다리며 비행기가 천천히 게이트앞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작은 화면으로 바라보고있다. 이 시간은 짧게는 15분 경우에 따라 30분이 넘을때도있다. 이 작은 순간동안 우리는 이미 다음일들을 머리속으로 상상하며 잠깐이나마 행복해할지도 모른다. 여행의 시작을 계획하고 즐거운 기대를 하고 아직 시작되지않은 미래를 상상해본다. 하지만 이시간도 어느덧 지나고 다시 계획된 일들을 수행하면서 괴로움의 여정은 시작되리라.

기다림의 시간은 어떤이에겐 괴로울수도 반대로 즐거울수도있다. 하지만 어떤상태에 도달하지않은 이 시간에 어찌보면 행복의 조건이 숨어있는도 모르겠다. 이 기다림의 시간과 공간은 어느 목적에 도달하는 순간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목적을 잊고 그 기다림을 즐기는 순간 인생의 모든 과정이 소중해질수있는 비밀이 숨겨있는것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