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후기 #1 ‘그래도 되겠지’

귀국후기 #1

‘그래도 되겠지.’

한국으로 귀국한지 벌써 꽤많은 시간이 흘렀다. 프랑스에서 16년간 살아온 나에게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의 모국에서의 최근생활을 통해 내가 느낀점을 몇가지 적는것도 한 사회에서만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느끼지 못한 점들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올려보려한다.

첫번째 주제는 ‘그래도 되겠지.’

한국에 와서 자동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느끼게된 문화충격 한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싶다. 내가 세종시에 살다보니 인적이 드물고 차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교차로가 상당히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것은 자동차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아닌 이상, 새벽이나 밤늦은시간 차를 몰고 다니다보면 거짓말안하고 90퍼센트는 신호를 어긴다. 프랑스에서는 워낙 카메라가 설치된곳도 없기도 하지만 이와 반대로 빨간불일때 지나가는 자동차는 16년 살면서 한 두번 보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 한국은 너무 자주 있어서, 파란불에 건너는 내가 가끔 무서울정도다. 파란불에 건널때도 빨간불인 차가 달려오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느껴질때가 있다. 심지어 새벽에 빨간불에 대기중이면 오히려 뒷차가 클락션을 울리기까지한다. 왜 안가냐고? 빨간불인데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이번엔 보행자들을 보자. 한국에서는 보행자들은 대부분 차가 지나가길 기다려준다. 파리에서 차가 보행자들이 지나가길 기다려주는 모습과 사뭇 대조된다. 역시나 자동차위주의 도시구조를 가진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자동차가 보행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약간의 우월감 같은 것도 심지어 느껴진다. 내가 보행자 앞에 서서 지나가시라고 손짓하기전까지 보행자들은 자동차의 눈치를 엄청나게 본다. 심지어 건널목앞에서도 말이다. 어릴적을 돌아보면 학교에서 우리는 마치 주입 당하듯 자동차가 오면 손을 들고 건너야하고 미리 양쪽을 잘 살펴야하고 등등 엄청난 안전교육을 강요당해왔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동차운전자들은 얼마나 보행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의무화당하고있는지 운전면허시험에서 안전교육은 얼마나 하고있는지 반문해보고싶다. 다큰 성인들이 운전을 하고있겠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보행자를 무시하고 지나간다.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무도덕함을 나무라기 위해 이런글을 올리는것은 아니다. 프랑스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우수해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절대 아니다. 반대로 이것은 사회 구조와 시스템이 어느정도 이런 행위들을 묵인해주었던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빨간불인데 지나가도 되겠지. 보행자가 기다려줄텐데 빨리 지나가도되겠지. 술한잔했는데 운전해도 되겠지 등등. 개개 구성원의 행동 뒤에는 항상 그 사회의 암묵적 동의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개개인이 조금씩 오랜시간동안 바뀌지 않는 이상 어느날 절대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빨간불에서 몇분이고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나면 다른사람들도 어라 뭐 저런사람도있네?라면서 서서히 사회는 변화하게 되리라 믿는다. 또한 그런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서로 교육하고 의무화하여 자발적동의를 이끌어 내어,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그럼 국가가 벌금을 세게 때리면 되지않을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법적규제는 최소한의 도구이며,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적 교육을 통한 변화를 만드는 사회구성원 하나하나의 신념의 변화이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것이 첫번째인데, 내가 기다려도, 조금 늦더라도 남들보다 손해보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서로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한것 같다. 올바른 일을 신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손해보지않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질때 우리사회가 한층 건강해지고 소위말하는 선진화(?)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